신화 연대기
카오스에서 로마 건국까지 — 이야기의 앞뒤를 한 줄에 세웠다.
신화에는 달력이 없다. 이것은 역사의 연표가 아니라 이야기의 순서다 —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, 그 뒤의 시인들이 전하는 "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나중인가"를 따랐다. 판본이 갈리는 대목은 각 항목에서 밝힌다.
1태초
헤시오도스 『신들의 계보』가 전하는 세계의 시작.
- 맨 처음, 틈이 벌어지다
『신들의 계보』는 "맨 처음에 카오스가 생겨났다"로 시작한다. 이어서 가이아(땅)·타르타로스(심연)·에로스(끌림)가 나왔다.
- 어둠에게서 빛이 나오다
카오스에게서 에레보스(어둠)와 닉스(밤)가 나왔고, 그 둘 사이에서 맑은 하늘과 낮이 태어났다. 빛은 어둠의 자식이다.
- 가이아가 하늘을 낳다
가이아는 혼자서 하늘 우라노스와 바다 폰토스를 낳고, 그 하늘을 남편으로 삼았다.
- 갇힌 자식들
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티탄 열둘, 외눈의 키클롭스, 백 개의 손 헤카톤케이레스가 태어났다. 우라노스는 태어나는 족족 땅속에 밀어 넣었다.
- 크로노스의 낫
견디다 못한 가이아가 낫을 벼렸고, 막내 크로노스가 아버지를 거세해 왕좌를 빼앗았다. 바다에 떨어진 그 몸의 거품에서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고 헤시오도스는 전한다.
2티탄의 시대
아버지를 밀어낸 자가 왕이 되고, 같은 예언에 쫓긴다.
- 두 번째 왕
크로노스는 누이 레아와 함께 티탄의 시대를 열었다. 그러나 "네 자식이 너를 밀어낼 것"이라는 예언에, 태어나는 자식을 차례로 삼켰다.
- 돌을 삼킨 왕
레아는 막내 제우스를 크레타에 숨기고 강보에 싼 돌을 대신 먹였다. 아기는 염소 아말테이아의 젖을 먹고 자랐다.
- 삼킨 것을 게워 내다
장성한 제우스는 메티스의 꾀를 빌려 크로노스가 삼킨 형제들을 게워 내게 했다. 헤스티아·데메테르·헤라·하데스·포세이돈이 세상으로 돌아왔다.
3신들의 전쟁
10년 전쟁 끝에 지금의 질서가 선다.
- 티타노마키아
올림포스의 새 신들과 오트리스의 티탄들이 10년을 싸웠다. 세계가 두 편으로 갈라진 첫 전쟁이다.
- 백 개의 손이 전세를 가르다
제우스는 타르타로스에 갇혀 있던 키클롭스와 헤카톤케이레스를 풀어 줬다. 키클롭스는 번개를 벼려 바쳤고, 백 개의 손은 바위 삼백 개를 한꺼번에 던졌다.
- 패자의 형벌
진 티탄들은 타르타로스에 갇혔다. 아틀라스만은 따로 — 하늘을 어깨에 짊어지는 벌을 받았다.
- 세계를 나누다
삼형제가 제비를 뽑아 제우스는 하늘, 포세이돈은 바다, 하데스는 지하를 맡았다. 땅과 올림포스는 공동의 것으로 남겼다고 『일리아스』는 전한다.
- 마지막 도전자들
가이아가 낳은 기간테스가, 그다음에는 괴물 티폰이 새 왕좌에 도전했다. 티폰이 제압되면서 제우스의 질서는 완성된다.
4인간의 시대
불과 벌, 그리고 홍수 — 인간의 조건이 정해진다.
- 불을 훔친 티탄
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위해 불을 훔쳤다. 제우스는 그를 바위에 묶고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게 했다.
- 판도라의 항아리
벌은 인간에게도 왔다. 최초의 여성 판도라가 항아리를 열자 온갖 고통이 쏟아져 나왔고, 안에는 엘피스(희망)만 남았다.
- 다섯 시대
헤시오도스는 인류가 황금 → 은 → 청동 → 영웅 → 철의 다섯 시대를 거쳐 내려왔다고 노래했다. 우리가 사는 것은 철의 시대다.
- 대홍수
리카온의 만행을 본 제우스가 홍수로 인류를 쓸었다. 데우칼리온 부부만 살아남았고, 어깨 너머로 던진 돌에서 새 인류가 태어났다.
5영웅의 시대
신의 피를 이은 인간들. 괴물이 잡히고 도시가 선다.
- 메두사를 벤 자
영웅 계보의 첫 줄에 페르세우스가 있다. 메두사의 목을 베고, 돌아오는 길에 안드로메다를 구했다.
- 하늘을 난 영웅의 추락
벨레로폰은 페가수스를 타고 키마이라를 잡았다. 그러나 올림포스까지 오르려다 떨어졌다 — 영웅이 넘지 못할 선이 그어진 순간이다.
- 용의 이빨을 심다
납치된 누이 에우로파를 찾아 헤매던 카드모스는 신탁을 따라 테바이를 세웠다. 용의 이빨에서 태어난 전사들이 그 도시의 첫 시민이다.
- 열두 과업
페르세우스의 증손 헤라클레스는 헤라가 보낸 광기로 처자식을 잃고, 그 죗값으로 열두 과업을 짊어졌다. 그리스에서 가장 큰 영웅의 이야기다.
- 황금 양털을 찾아서
이아손과 아르고호 원정대가 세상 끝 콜키스로 떠났다. 양털은 왕녀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손에 들어온다 — 그 대가는 나중에 치른다.
- 미궁으로 들어간 왕자
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잡고 아리아드네의 실을 따라 미궁을 빠져나왔다. 아테나이가 크레타에 공물 바치기를 그친 날이다.
- 테바이의 몰락
오이디푸스는 저도 모르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했다. 두 아들은 서로를 죽였고, 딸 안티고네마저 스러지며 카드모스의 집은 끝난다.
6트로이아 전쟁
사과 한 알이 10년 전쟁이 된다.
- 초대받지 못한 여신
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 에리스만 초대받지 못했다. 그가 던진 황금 사과 — "가장 아름다운 이에게" — 가 전쟁의 씨앗이 된다.
- 파리스의 심판
트로이아 왕자 파리스는 세 여신 중 아프로디테를 골랐고, 그 대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약속받았다. 헬레네 — 스파르타의 왕비였다.
- 천 척의 배
그리스 연합군이 아가멤논 아래 모였다. 뱃길을 열 바람을 얻으려 그는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단에 올렸다 — 승리보다 먼저 치른 대가다.
- 아킬레우스의 분노
전쟁 10년째,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분노해 헥토르를 벤다. 『일리아스』 전체가 이 분노의 노래다.
- 목마
오디세우스의 계략으로 목마가 성안에 들어갔다. 라오코온의 경고는 묵살됐고, 트로이아는 하룻밤에 무너졌다.
7귀향
전쟁이 끝나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.
- 왕의 귀향, 왕의 죽음
아가멤논은 승전하고 돌아온 날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살해당했다. 아들 오레스테스의 복수와 재판까지, 이 집의 저주는 삼대를 갔다.
- 바다 위의 10년
오디세우스는 집으로 가는 데 전쟁만큼 걸렸다. 키클롭스와 키르케, 세이렌과 칼립소 — 『오디세이아』의 바다다.
- 스무 해 만의 활
거지꼴로 돌아온 오디세우스가 제 활을 당겨 구혼자들을 쏘았다. 페넬로페가 베틀로 버텨 낸 자리에, 주인이 돌아왔다.
8로마로
한 피란민의 항해가 새 신화의 첫 장이 된다.
- 불타는 성에서 아버지를 업다
아이네이아스가 아버지 안키세스를 업고 트로이아를 빠져나왔다. 베르길리우스의 『아이네이스』는 이 피란민을 로마의 시조로 세운다.
- 늑대 젖을 먹은 쌍둥이
아이네이아스의 후손이 다스리던 알바 롱가에서, 왕좌 다툼에 버려진 레아 실비아의 쌍둥이를 암늑대가 거뒀다. 아버지는 군신 마르스(아레스)다.
- 로마 건국
로물루스가 팔라티누스 언덕에 도시를 세우고 제 이름을 붙였다 — 로마다. 그리스의 신화가 로마의 역사로 이어지는 자리다.